2002년의 어느날 카메라 유저 모임인 펜탁스클럽 장터에서 SFXN+35-70F렌즈를 구했습니다.
당시 약 3주간 사용해본결과를 펜탁스클럽 사용기 게시판에 적었던 내용을 15년여가 지난 시점에 재발견한 글입니다. 소회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SFXn. 일단 사용후 느낌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수동으로 초점을 잡는 완전 기계식 카메라인 MX를 사용하다가 초점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AF방식의 SFXn을 사용하게 되었으니 이는 정말 당연한 결과입니다. S
카메라를 접한 첫인상은이 아주 안좋았습니다. 이유는 디자인이 너무 촌티(?)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물을 보기전 웹상에서 볼때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립의 고무는 떨어져서 너덜거리고 있었고 배터리실은 크랙이 생겨 불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였습니다. 막상 실제로 카메라를 받아서 잡아보고 나니까 손가락 네개를 확 휘어감아버리는 그립이 "어! 제법이네..."하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SFXn의 그립부는 상당히 두툼한 편입니다. 마치 옛날 스타일의 승합차 핸들 느낌이 납니다. 손이 제법 큰 촬영자에게도 쾌적한 그립감을 제공해 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립감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기계식 바디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막상 쓸일은 별로 없지만) 브라케팅 촬영도 가능합니다. 물론 기계식 바디에서도 셔터속도나 조리개로 조절해가며 수동 브라케팅 촬영은 가능합니다만 노출 스텝별로 설정해 둔 값에 따라 자동으로 브라케팅 촬영이 된다는 점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속도는 좀 느려도 연속촬영까지 된다니 정말 놀랍기 그지 없는 스펙입니다. (SFXn을 만져보기 전까지 사용한 기종은 P50과 MX가 주력이었습니다.)
당시 이 기종을 영입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 펜탁스클럽 질문게시판에 SFXn 연속촬영시 플래시 터지냐고 질문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명확한 답변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카메라를 붙잡고 필름 장전하기 전에 한 번 해 봤습니다. 집에 가지고 있던 AF260SA플래시를 이용해서 테스트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충전시간이 아주 짧았습니다. 연사로 세 장을 촬영하는 동안 플래시는 세번 다 터졌습니다. 배터리가 새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세 번 다 터졌습니다. 그덕에 하루종일 눈이 번쩍번쩍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맘에드는건 AF속도가 '생각보다는' 빠르다는 거였습니다. 이건 지금생각해봐도 참 감동적인 첫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AF가 가능한 카메라인 관계로 당시에 다른걸 못만져봐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여의도 자전거타러 가서 제쪽으로 다가오는 피사체를 계속해서 맞추었는데 사진도 잘 나왔답니다.(당연한 이유입니다. 세상에 나쁜카메라는 없습니다.) 편리한 AF덕에 노파인더로도 자주 찍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촌스럽기도 하면서 스스로에게 새삼 놀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AF기종을 처음 접한 문화충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AF보조광도 놀랄만큼 맘에들었습니다. 비록 십자 타겟 모양으로 생겨 있어서 사람얼굴에 발사하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저조도 환경에서는 굉장히 유용한 기능인 것 만은 분명했습니다. 1/4000의 최대 셔터속도도 뭔가 있어보이는듯 했습니다. 실상 프로급 카메라의 스펙을 가지고 있었고 당시 최대 셔터속도가 1/8000 수준이었음을 감안해본다면 가격대비 성능으로는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그리고 야간촬영시 액정에 조명이 들어오도록 만들어져있습니다. 상당히 유용한 기능입니다. P50을 쓰면서 불편했던 것 중의 하나가 액정에 불이 안들어 온다는 거였습니다.
SFXn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번들인 35-70렌즈도 당시에는 별 불만을 못느끼고 사용했습니다. 다만 단체사진을 어쩔 수 없는 해상도 열화로 인해 얼굴부 해상도가 그리 좋지는 못했습니다. A형 표준 50mm 렌즈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봤는데 화질이 정말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좋은점 얘기했으니까 나쁜점도 얘기하렵니다.
소음. 정말 시끄럽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 조순 전 서울시장이 와서 강연회를 했습니다. 당시 학교홈페이지 기자였던 저는 취재를 하려고 카메라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카메라의 셔터 위에 손가락을 얹어 반셔터를 작동시키는 순간 AF 모터가 초점을 맞추는 소리가 '찌직'하고 나더니 필름 이송용 모터 소리까지 더해집니다. 이 소리가 쥐죽은듯 적막한 온 강당을 메아리쳤습니다.(좀 과장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슨 객기였는지 몰라도 그상태로 연사를 날렸습니다.
메뉴단추 사용이 불편합니다. 특히 좌측에 있는 버튼들 사용해야 할때가 그렇습니다. 반드시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주로 왼손으로는 렌즈를 받치는 버릇이 있어서 더더욱 그런거 같습니다. 시간 없을때는 엄청 번잡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셔터속도 표시방식이 분노를 치밀게 합니다. 1/4이하의 셔터속도에서는 LT가 깜빡깜빡하면서 실제 촬영 셔터속도가 표시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또 눈떼고 확인해야 합니다.
심도 미리보기가 없다.
이건 크게 쓸일은 없는 기능이지만 가끔 단체사진 찍을때 불신감을 조장하는 원인이 됩니다. 거의 불문율화된 조리개값인 8~11에 놓고 찍으면 되지만 그래도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게 촬영자의 마음이라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불편사항은 P50과 전원스위치가 반대에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P50을 써왔기 때문에 요즘도 가끔은 SFXn을 켠다면서 왼쪽의 모드전환 스위치를 작동시킵니다. 제법 당황스럽습니다.
1988년도에 이정도의 AF바디를 만들어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왜 삼성의 SLR카메라인 GX-1은 AF를 안달았는지 아쉬움이 더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AF를 장착해서 출시되었더라면 더 인기가 좋았을듯 합니다. 좀 뚱딴지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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