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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상헌은 자결하지 않았사옵니다" - 스포주의

이야기/영화

by 용박사 2017. 10. 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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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 이야기 -  남한산성.


결혼 10년. 

아들 셋을 키우며 부부간에 함께 영화보러 간다는건 말그대로의 호사(豪奢)다. 

쉽지않단 뜻이다. 


그런데 지난 추석연휴 기간 중 그럴 기회가 생겼다. 

영화의 제목은 '남한산성'

어려서 부모님따라 백숙먹으로 찾아갔던 그 남한산성 맞다. 


아이가 셋인데, 영화를 본다는건... 호사다 호사. 

광해군 시대를 끝낸 인조반정 이후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까지를 관통하는 이 영화는

최근 중국과 미국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망동을 다스려야 하는 대내외적 정세때문인지 몰라도 

나름의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기세를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3인방은

인조 (배우 박해일)

김상헌 (배우 김윤석)

최명길 (베우 이병헌) 

이다. 


영화를 끌어가는 주요 캐릭터 중 날쇠(배우 고수)도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을 이어가는건 김상헌과 최명길의 긴장구조와 이를 두고 어찌할 바 몰라하는 인조의 답답함인듯 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내가 던진 한줄감상평은 

"결국 왕은 한 게 없네" 이다. 


그래, 왕은 한게 없다. 자기의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견도 던지지 않았다. 

그저 "그래서 어쩌라고"식의 우문을 되풀이했을 뿐. 


결국 왕은 한 게 없다.


뭐, 인조에 대한 이야기는 늘 그런식으로 그려져 왔으니 그렇다 치자. 

사실 이건 팩트체크고 뭐고 할 주제도 아닐지 모른다. 


근데 영화의 결말부분에 등장하는 김상헌대감의 자결장면은 

차라리 역사적 사실대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운 점이다. 

(역사 속 실제인물 김상현은 자결하지 않았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사실'이니 김상헌 대감의 말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 또 적지 않겠지만

적어도 '삼전도의 굴욕'이란 시건과 '김상헌 대감의 사망'이란 사건은 시기적 차이가 꽤 난다. 

그리고 그 사망도 자결이 아니다.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각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뭔가 걸리는게 있다. 


나처럼 역사를 잘 몰랐던 사람이 사극을 보게되면 극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가급적 사실과 다른 내용의 각색이 있다면 영화의 시작이든 끝이든 간략히 자막안내 정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조선시대를 그리는 다양한 시각

사실 이 영화상에서 인조가 아주 답답하고 찌질한(?) 분위기를 많이 풍기긴하지만 

(그리고 역사적으로 많은 사실들이 실제 왕의 성품이 어땠는지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그런 일들이 많았음을 증명하고 있지만)

보는 내내 불편했던 점은 여지껏 내가 봐왔던 대다수 사극이 취한 시각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조선시대를 다룬, 특히 외침을 다룬 사극들의 대부분은

당시의 조선 사회가 당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음을 피력한다.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등등 요소들을 통해서.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요소들은 잘 녹아들어 있다. 

그에 반해 침략군인 청나라 '오랑캐(?)' 들은 위풍당당하고

거침이 없으며 일사불란한 체계로 무기력한 조선인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사실이긴 하겠지만 이거 너무 무기력하다. 

그리고 '외침'을 다룬 사극(영화와 TV드라마를 막론하고)은 대부분 그랳게 표현했던 것 같다. 

역사적으로 우리 선조들께서 다른나라로 정복을 나간 일도 거의 없으니

당한 일만 있는게 맞긴 하겠으나...


에잇, 쓰다보니 갑자기 답답해졌다


여튼, 어차피 사실 그 자체로 영화를 만드는게 아니라면

김상헌 대감을 자결처리하는 정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역사적 시각을 달리 해서 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의 메세지는 무얼까.

그래서 이 영화는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실제 회자되는 것처럼 입으로만 안보를 외치는 세력들에 대한 디스 영화인건지, 

아니면 언제 저런 꼴을 또 당할지 모르니 자주국방의 대업을 속히 완성하자는 것인지.

결론이야 관객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내려지는 것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표현된 방식과 각색된 결론이

그 해석의 범위를 묘하게 좁혀놓는 바람에 나름의 논란(?)거리가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흥행에는 도움이 된 듯 하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다행한 것이려나. 



영화보러 극장 가기도 힘든 내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겠다고 선택한 '주요'한 이유는 사실 다른것이다. 

영화음악, 볼거리, 영화적 색(色) 등 이야기 이외의 영화적 요소들이 궁금했기 때문. 

감독 인터뷰기사에서 위에 언급한 요소들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모르겠더라. 

내가 아직 보는 눈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적 스토리에 너무 빨려든 나머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사극이 재미있어지는 나이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부쩍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극에 관심이 가는걸 보면

나이든건가 싶기도 하다. 


영화 남한산성. 

기회 될 때 한 두 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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